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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루시

napybi 2020. 9. 25. 12:41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와우책예술센터가 공동 주최한 2016 창작그림책 챌린지 당선작 지붕 위 루시 가 출간되었습니다. 고양이 마을에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지붕이 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 루시가 가장 먼저 그 지붕을 차지합니다. 김지연 작가의 지붕 위 루시 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지붕을 사이에 두고 고양이 루시와 친구들이 벌이는 신경전을 유머와 재치로 풀어낸, 아주 우아한 그림책입니다.






루시는 젖소 무늬 아기 고양이.(아기라는 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루시는 누가 봐도 아기고양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고양이가 엄청 많이 나온다. 고양이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의 친구들도 다 고양이다. 책 속지마저 고양이 판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육아육묘중인 한 애묘인으로서 이 그림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구석이 있다. 내용은 심플하지만 아기 같은 고양이들과 고양이 같은 아기를 기르면서 느끼게 되는 경계가 모호한 그들만의 특유한 성향이 있다. 시크한 듯 애교가 많고 상냥한 듯 새침한… 근데 그게 모순적이라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저 사랑스럽다. 다시 정리하자면, 고양이와 아기는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얼룩 무늬 루시를 보면서 우리 집 젖소냥이 레오를 떠올리고, 다 내 꺼야 라며 심술 부리는 모습을 보며 둘째 고양이 태평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기 같은 고양이들의 행동을 보며 사람 아이와 참 비슷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담아 놓은 이 그림책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읽을 때마다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루시와 함께 지붕 위에 올라가서 따뜻한 햇볕을 쬐는 상상을 해본다.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순간’을 공유해본다. 이렇듯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건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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