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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후

napybi 2024. 1. 26. 00:00


몇 년 전에 TV에서 보고 흥미를 느낀 과학 다큐 가운데 하나가 『인류가 사라진 세상』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에서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인류 문명은 어떻게 되며 자연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나름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예측해본 작품이었죠. 『인간 이후』라는 제목과, ‘인류가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광고 카피 때문에 저는 이 책의 내용도 아마 그 작품의 연장 선상이겠거니 하고 제멋대로 추측해버렸는데요, 막상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요. 맨 앞의 프롤로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그리고 책의 원제인 ‘The Next Species(다음 종)’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과거의 멸종 사태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화적 변화를 근거로 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진화적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예측한다는 게 별로 쉽지도 않고, 또 막상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예측의 내용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음을 감안해볼 때, 필독서로까지는 꼽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항상 미래가 궁금한 보통사람으로서, 지구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덧붙임) 원서에서도 그렇게 디자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펼치면 접히는 면 사이에 챕터의 제목과 작은 그림을 인쇄해두었더군요. 독특하긴 한데, ‘책갈피를 끼워두었다가 깜빡했던가?’하고 종종 착각을 하게 됩니다. 환기 효과야 있겠지만 과학 도서를 읽을 때엔 아무래도 소설보다 의도적으로 집중해야함을 감안할 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레이아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과학 도서에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레이아웃이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인간 이후 는 지난 6억 년 동안 지구 역사에서 일어난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 사건, 그리고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동식물 종들의 생생한 진화적 변화 등을 토대로 인류가 뒤흔들고 있는 지구, 인류가 사라진 미래 세상의 모습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지구의 오랜 역사와 현재의 눈에 띄는 변화, 그리고 미래 생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세계 곳곳을 누빈다. 불빛이 휘황찬란한 인공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부터 멸종 위기의 야생 동물이 어슬렁거리는 아프리카, 닭처럼 알을 품는 개구리가 사는 안데스 산맥의 운무림을 거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아마존의 오지, 그리고 화성 영구 정착촌 건설을 계획하는 네덜란드의 비영리 기구 사무실 책상에 이르기까지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고, 현장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특별 편성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는 듯 펼치는 장마다 호기심을 유발하며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인구 과잉, 고삐 풀린 기후 변화, 마구 날뛰는 질병, 자원 고갈… 호모 사피엔스는 언젠가 멸종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생명은 인류가 사라진 자리 위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게 분명하다. 지금은 사라진 종들, 앞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종들과 대화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관계, 존재와 소멸의 이치를 통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프롤로그 | 우리는 어떻게 지금 여기에 있는가?

1부 과거로 떠난 여행
1. 대량 멸종 이후
2. 최초의 생명
3. 침입자들
4. 인류 진화의 여정

2부 세 가지 경고 신호
5. 첫 번째 경고: 토양
6. 두 번째 경고: 항생제 내성
7. 세 번째 경고: 훔볼트오징어, 향유고래

3부 인간이 사라진 세상
8. 종말의 징후들
9. 기나긴 회복의 시간
10. 인간이 사라진 후의 바다
11. 새롭게 등장하는 포식자

4부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
12. 거대 포유동물의 멸종과 귀환
13. 화성으로의 초대
14. 돌이킬 수 없는 상황
15.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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