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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napybi 2024. 1. 31. 08:21


*다 읽고도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풀어나오지 못한 말들이 어딘가에 영 묶여있는 기분이다.꿈 같기도 하고 양립할 수 없는 관계들의 집합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낯설지만 어색하게 들리진 않았다.전달 받지 못한 말의 뒤안이 저 멀리 길고 어슴푸레하게 뻗어있을 것만 같다.*시를 온전히 소화하는 일이, 아직 나한테는 버거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비틀어 쓰여진 글의 길목마다 자꾸만 길을 잃고 말았다.*그럼에도 당신으로 발화되는 문장들에 마음이 자주 끌렸는데이를테면, <피사체>의 마지막: 불현듯 우리는 또다른 세계를 이해하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리 위에 바늘처럼 쏟아지는 것이 있다.이라거나, <당신이 말하는 순서>의 도입 : 당신이 입을 벌리는 순간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솟아난다 그다음엔 언제나 불안에 대한 이야기 반드시 그 순서로 당신은 말한다와 같은 흐름은 그 다음에 놓일 말들을 졸졸 따라다니게 만든다.*안으로 잔뜩 끌어당겨놓고 시를 읽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다.
1994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한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일궈온 이장욱 시인의 세번째 시집.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더욱 세련된 특유의 감수성을 선보이며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실재를 서늘한 눈빛으로 꿰뚫어본다. 전통 서정시의 외형을 허물고 재래의 익숙한 서정과 정형화된 시의 문법을 비트는 파격이 색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미묘한 서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시인의 시세계는 기존 질서의 해체와 자아의 탈인칭화에 이어 세계의 탄생과 끝을 탐색하는 완숙한 경지에 올라섰으나 그의 시는 여전히 ‘전위적’이다. 낯익은 서정의 극한을 과감히 확장하는 그의 시적 세계는 섣불리 읽어서는 쉽게 해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정시의 ‘내파’와 ‘갱신’을 추구하는 첨예한 시적 감각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시를 읽는 즐거움이다. 그의 시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진부한 감동을 갱신하게 만드는 미묘한 힘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반대말들
일종의 밤
오늘은 당신의 진심입니까?
드라마
코인로커
피사체
동행
흘러넘치다
돌이킬 수 없는
동사무소에 가자
평균치
우울하고 감상적인 삼단논법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른손은 모르게

제2부
당신이 말하는 순서
장화 신은 고양이
특성 없는 남자
생년월일
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의 끌레오
핀란드
재크의 골목
수요일의 인사

목격자들
뼈가 있는 자화상
겨울의 원근법
혈연의 밤

제3부
의자
물고기 연습
인형들
토이 스토리
죽은 L
나의 미완성 연인
기념일
간발의 차이
밤의 연약한 재료들
전속력
우연을 위한 장소
그라운드
피의 종류

제4부

구름의 소비자
스위치
점성술이 없는 밤
아르헨티나의 태양
세계의 끝
소규모 인생 계획
만일의 세계
얼음 속에서
식물의 표정으로
겨울에 대한 질문
토르소
관절의 힘

해설| 함돈균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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