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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napybi 2020. 12. 16. 08:52

소설가의 여행법

짧지만 강렬한 첫 문장의 날카로운 기억은문학이 살아있는 한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첫 문장은 소설을 읽는 동기이자이어지는 문장속에 스치듯 등장하다 홀연히 자멸하는 환영이다. 소설이 끝나도 첫 문장의 가시는 내영혼의 여기저기를 찌르며 짜릿한 전율을 남긴다. 그리고 결국 극도의 쾌감속으로 자신을 던져넣고 싶어 안달이 난다.소설 속 그 공간이 펼쳐진 하늘 밑으로, 그 길, 그 골목, 그 묘지의 묘석에서 머뭇거리고 싶은 충동을 감출 수 없을 때, 몇 번은 떠나야만 충족이 되는 이기적 생명체! 바로 당신, 당신이 찾아가는 그 곳은 첫 문장의 독기가 풍기는 마성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함 정임작가의 문학 여행기라고 볼 수 있겠다. 순전히 여행에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여행 냄새가 덜하고 문학평론이라고 하기엔 가벼운 느낌이 든다. 항간에 돌아다니는 요즘 소설이 아닌 세기별 불후의 명작들이 대부분인 소설과 그 작가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일이다. 작가의 전공때문인지 프랑스 작가들이 유독 눈에 띄였다. 한 권의 소설과 섬광처럼 지나가는 첫 문장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작가의 능력덕분으로 꽤 오랜 시간 소설속 문장들을 되새김질하는 일이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풍요로운 세계의 소설들을 한꺼번에 소개받은 느낌도 들었고읽고 싶은소설도 몇 권 분류해 놓았다.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꼭 읽으리라 다짐했다. 여하튼 나 역시 프랑스 작가에 꽂힌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것은 감수성이 그나마 예민했을 때 즐겨 보았던 소설들의 제목이 문장속에 등장할 때 참으로 행복했다. 아련한 추억이랄까. 언젠가 한번쯤 맞닥뜨려 내 손을 거쳐간 소설들이 새삼 내적 흥분을 일으키다니, 이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반가웠다. 르 클레지오의 [사막]이랄지 코리나 호프만의 [하얀 마사이]같은 작품들, 유명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는 소설의 다양한 독자들의 시각이 사뭇 궁금해졌다. 한국 작가로는 본인의 작품과 21세기 노마드적 글쓰기를 유행시킨작가들, 배 수아, 김 영하에게 전하는 예찬일색의 글도 어찌보면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과 시각을 테두리에 묶어버리는 일이 아닐까 우려가 되었다. 아직 읽지 못한 박 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아울러 내 사랑 알베르 카뮈의 태양처럼 작렬하는 작품들은 이제는 내 책장으로 끌어모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저렇게 읽었던 그의 작품들을 전집의 형태로 진열해 놓아야 할 것 같은 강렬함이라니... 안타깝다면 좋은 글인데도 오탈자가 빈번해서 멋진 글이 변질되어 함량 미달의 글로 탈바꿈했다고나 할까. 한 두 글자 오타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진짜 너무 한 것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몇번 언급하면서 급작스럽게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된 문장은 읽다가 빵 터져버렸다. 여름을 어름으로나올 때마다잘못 쓰고 있고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두상 아래 설명글의 오타, 임스 조이스는 또 뭔가. 게다가페이지가 끝에 다다를수록 작가의 글이 번역체로 바뀌는 듯해서 답답했다. 나열식 작가 소개나 그 소설의 비하인드 스토리등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언젠가 내가 읽은 듯한 의심스러운 착각이 들기도 했다. 오대양 육대주를 두루두루 다닌 작가의 글 안에 어느 나라가 빠져 있나 살펴보았더니 바로 "러시아"였다. 거긴 안다녀오셨는지 괜시레 궁금했다.

소설을 사랑하기에 소설이 탄생한 그곳으로 떠나다!
작가의 숨결을 손에 잡기 위해 떠난 소설가 함정임의 여행 기록

여기, 소설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단 하루도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도 말하는 사람이다. 이때 여행은 단지 물리적인 거리와 이동을 의미하지 않고, 소설 속 환상여행이 주를 이룬다. 이번에 예담에서 출간된 소설가의 여행법 은 바로 감각적인 문체와 부유하는 현대인의 정서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로 발표해온 소설가 함정임의 이러한 고백을 있는 그대로 실감할 수 있는 문학 기행 에세이다.

뉴욕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과 브루클린 풍자극 을, 아프리카로 떠날 때는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 르 클레지오의 아프리카인 을 챙겨 넣을 정도로 못 말리는 ‘소설 중독자’인 함정임은 특유의 감성으로 소설 속 그 장소, 작가와 작품이 태어나고 여전히 숨을 쉬는 그곳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그리스의 에게 해와 아프리카 케냐, 독일의 베를린과 한국의 강화도를 넘나드는 이 문학 속 여행은 60여 편의 불멸의 작품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동시에 문학의 시공간성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할 것이다.

1. 소설 속을 걷다

우연의 실체와 환상 사이 ㆍ폴 오스터, 보이지 않는 과 맨해튼 그리고 브루클린
바틀비, 인류의 또다른 얼굴 ㆍ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와 뉴욕 월 스트리트
수기手記, 기억의 현상학적 환원 ㆍ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와 프랑스 파리
진정한 자유인, 조르바를 찾아서 ㆍ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와 그리스 에게 해 크레타 섬
베를린, 한국 소설로 들어오다 ㆍ배수아, 북쪽 거실 과 독일 베를린
이스탄불, 사랑의 성소聖所 ㆍ오르한 파묵, 순수 박물관 과 터키 이스탄불
행복의 추구, 한 청년의 일생 ㆍ스탕달, 적과 흑 과 프랑스 그르노블 그리고 브장송
소설을 말할 때 이야기하고 싶은 것 ㆍ조너선 사포란 포어 외, 픽션 과 맨해튼 센트럴 파크
그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ㆍ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과 아일랜드 더블린
얼굴의 이면, 익명의 양면 ㆍ조엘 에글로프,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 와 프랑스 파리
허기, 사모思母의 한 형식 ㆍ르 클레지오, 허기의 간주곡 과 프랑스 니스
정오의 태양 아래 ㆍ알베르 카뮈의 묘를 찾아서, 프랑스 루르마랭
나는 만진다, 고로 존재한다 ㆍ장 폴 사르트르, 구토 와 프랑스 르 아브르
페루, 소설의 다른 이름 ㆍ로맹 가리에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까지, 페루
세상의 끝, 남태평양의 안개 속을 떠돌다 ㆍ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페루 리마
대평원에 남겨진 사랑의 서사시 ㆍ카렌 블릭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 와 아프리카 케냐 1
그 죽음은 무엇을 꿈꾸었는가 ㆍ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과 아프리카 케냐 2

2. 소설의 황홀, 황홀의 소설

더없는 행복 그리고 인생 ㆍ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환상으로 떠나는 파리 여행 ㆍ이탈로 칼비노 편, 세계의 환상 소설
가족, 삶 뒤에 숨은 사랑 ㆍ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21세기 가족의 초상 ㆍ천명관, 고령화 가족
쾌락, 소설 그리고 ‘옛날’에 대하여ㆍ파스칼 키냐르, 옛날에 대하여 와 프랑스
한여름 밤의 도서관 환상 ㆍ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편,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소설은 그림을 사랑해! ㆍ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가 불러온 그림, 그림들
소설이 사랑한 공간, 공간들 ㆍ구효서, 저녁이 아름다운 집
개츠비를 만나는 황홀한 봄밤 ㆍ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파티가 끝난 마지막, 어젯밤 ㆍ제임스 설터, 어젯밤
사랑의 자서전ㆍ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아니 에르노,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와 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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