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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화랑대 도서관에서 2달간 연속으로 배움이란 무엇인지, 학교란 무엇인지 강의가 있어 매주 목요일 오전마다 가서 열심히 듣고 있다.다양한 강사들의 강의가 다채롭고 배울 것이 많아 매번 참 감사한 마음으로 목요일을 기다리곤 했다. 이번주 강사는 채운이었다. 그러나 이번주 목요일 직전에 강의가 갑자기 취소되었다는 알림 문자가 왔고 금요일에 강의가 진행된다는 정말 죄송하다는 도서관의 알림 문자를 받았다. 나는 사실 금요일은 시간이 안되었지만 강의를 완강하고 싶었기 때문에 직장에 어렵게 양해를 구해 멀리서... 발걸음을 했다. 번거로웠지만 귀찮지 않았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오늘 금요일.. 시간이 지났는데 강사는 나타나지 않고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진행하는 사서가 들어와서 무거운 목소리로 오늘 강사님에게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과를 하는게 아닌가. 그 순간 사람들의 실망섞인 탄식이 나왔다.채운이라는 사람은 정말 왜 약속을 두번이나 깨느냐는 목소리였다. 시간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미리 이야기하면 금요일 오전에라도 전체 문자로 사전 고지가 나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러면 문자를 보지 못해 헛탕질을 치는 사람이 몇몇 생길 수는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막을 수는 있다.사서는 사과를 하며 대신에 짧게 나마 도서관에서 하는 활동들에 대해 소개해주겠다고, 원하시면 일어나서 가셔도 괜찮다고 했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며 일어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앉아서 사서의 강의를 들었다.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멀리서 온 시간이 아까워서 강의라도 듣고가자는 심정이었다. 강의는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와. 저 사서 정말 대단하다. 여기 연사들, 다 정말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만큼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다.즉석 강의인데 오히려 막힘이 없었다.이 도서관이 자기의 첫 직장이라고 한 어린 사서였는데...정말 자기 일에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하고 있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고오늘까지 꽤 많은 화랑대 도서관 학교 강의를 들었지만 오늘이 사람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고 호응도도 가장 높고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사람들이 다들 실망해서 그래도 시간 아까우니 듣고나 가자.. 하는 마음으로 사서의 강의를 기대없이 들었는데 아.. 저런게 정말 본질적인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구나.. 라는 걸 느끼고 다들 의견을 주고 받는 이야기의 장이 되었다. 그래서 채운에게 실망한 감정도 다 스스로 녹아버렸었다.하지만.. 나는 강의가 다 끝나고 길을 나서며 들어버렸다. 도서관 관계자들의 한숨섞인 실망의 목소리들을. 작가가 사람들 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강의 시작 5분 전에 취소 통보를 했다는 이야기를. 그것도 문자로.강의가 오늘인지 몰랐다 다음주인지 착각했다고 한다. 지금 출발해도 두시간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를 문자로 하고 전화가 없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며 정말 그건 아니지 않느냐는 도서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잖게 실망했다.모르겠다. 나중에 전화하고 사과를 제대로 했을지.하지만 오늘 사람들이 어떤 허탈감을 느끼고 먼저 일어난 사람들은 헛탕질을 친 것에 대해, 두번이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오늘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그냥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무엇보다 도서관 관계자들의 오프더 레코드 이야기들이 어떠했는지.. 채운씨가 알았으면 한다. 고전이나 인문학을 강의하기 이전에 타인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겨주고.. 적어도 문자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리고 멀리서 발걸음을 하며 자신의 강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조금 더 귀히 여기고..그 강의를 준비해주시는 도서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오늘 사서분들이, 도서관 관계자분들이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다.무료로 카페에서 음료수도 제공해주셨다. 갑작스럽게 펑크난 강의를 도서관 이야기로 메워주셨는데 나는 오늘 강의를 진행해주신 사서님의 강의가 인상깊었다. 굳이 어렵게 철학 운운하지 않아도.. 그것이야말로 정말 평범하지만 귀하고 값진 이야기들이었다.
클레부터 올덴버그까지, 장자부터 니체까지
당신을 굳건히 지켜줄 그림 속 철학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미술 작품을 매개로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이끌어내는 책. 저자는 클레부터 올덴버그까지, 각기 다른 시간을 살았던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장자의 사상을, 니체의 철학을 전하며 각자의 삶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해석을 이끌어낸다. 드가의 [벨렐리 가족]을 통해 사랑과 삶에 대한 환상을 깨고, 터너의 [눈보라]를 통해 삶의 혼돈을 긍정하도록 이끌며,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통해 삶의 태도를 성찰하도록 한다.
사는 게 고통스럽다면 위로와 의지처를 찾아 헤맬 일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다른 감각과 사고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그림들을 통해 고통의 순간마저 ‘나’로 사는 것, 그 삶이 예술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프롤로그_흩어진 마음을 이제 스스로 돌볼 시간: 파울 클레, [고통에 봉헌된 아이]
1장_오늘 당신의 삶이 피로한 이유
몹시 피로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 앤드루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아프다 : 움베르토 보초니, [마음의 상태들-걷는 자들]
지금 이대로 행복할 수 있을까? : 외젠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나는 정말 나 자신으로 살고 있을까? : 에드워드 호퍼, [객실]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 : 오귀스트 로댕, [키스]·에드가르 드가, [벨렐리 가족]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 르네 마그리트, [자연의 은총]·에드거 루빈, [루빈 의 잔]
2장_나를 떠나서 나에게 묻기
나의 습관, 세상의 습관에 얽매이지 마라 : 조르주 브라크, [바이올린과 주전자]
길을 잃지 않고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눈보라]
당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그들이 또 다른 내 모습이다 : 르네 마그리트, [복제되지 않는]
왜 똑같은 능력자가 되려고 할까? : 마리솔 에스코바르, [여인과 강아지]
우리가 붙들어야 하는 건 ‘동심’이다 : 파울 클레, [이 별이 구부리는 법을 가르친다]
3장_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삶이 있는 법 : 카라바조, [나르시스]
넘어진 순간은 삶의 ‘재’일 뿐일까? : 에드바르 뭉크, [재]
순간의 선택이 정말 미래를 결정할까? : 장 뒤뷔페, [풍경]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의 선물이다 : 파울 클레, [파르나수스를 향하여]
상처 없는 삶은 없다 : 프리다 칼로, [헨리 포드 병원]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난다 : 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 저녁(왼쪽 부분)]
4장_당신의 삶을 실험하라
당신만의 패스워드를 만들라 : 조지 시걸, [가시오, 멈추시오]
’상품’이 될 것인가, ‘선물’로 살 것인가 : 클래스 올덴버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두 개의 치즈버거]
나를 떠나 너에게로 가는 법 : 앙리 마티스, [대화]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론다니니의 피에타]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 아닌 모든 것이 필요하다 : 바실리 칸딘스키, [콤포지션 Ⅶ]
에필로그_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자신’과 대면할 수 있기를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에드바르 뭉크, [침대와 시계 사이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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