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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사와서 올 해 초에 읽었었던 이외수 작가님의 책이다.이 책은 203개의 크고 작은 단락들로 모여진 에세이이며,이 에세이는 제목에 충실하지 않을 만큼이나 비단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았다. 그러나 에세이 속 작가의 세상과 세태 그리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놀라운 안력에 비하여,정작 여성이라는 인간에 대한 시선은 놀랍지도, 날카롭지도 못했다.다소 보수적인 글들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으며, 또한 종교적 관점을 빌린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무한 예찬론은 다소 불편하였고, 현실성이 적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책 속의 몇 문장들을 인용해보겠다. 1. 여성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 관한 의문<14단락> “여자들은 섹시하다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섹시하다는 말을 아무 거리낌 있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나<15, 16단락> “…여자들은 표리부동한 동물이다.…여자들은 팬티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지만, 남자들의 눈빛이 허벅지를 향하면 이내 혐오감이 서린 표정으로 불쾌함을 드러낸다.… 자신들의 존재감 충족을 위하여 미니스커트를 입는 다고는 하나, 지구상에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미니스커트를 입을까?“<88단락> “… 너의 손길에 나를 맡긴 채 이대로 쓰러지고 싶은 여자들이 배꼽티와 핫팬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2. 성급한 일반화<19단락> “여자는 자신을 배설의 대상으로 보고 껄떡거리는 남자를 만나면 혐오의 눈빛을 보내고, 자신을 연모의 대상으로 보고 굽실거리는 남자를 만나면 냉소의 표정을 짓는다.“ 자신을 배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누구든 혐오할 것이다.그리고 자신을 연모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굽실거린다며 냉소의 표정을 짓는 자는 여자든 남자든, 그냥 쓰레기이다.<27단락> “여자는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예쁜 밧줄이 없으면 목매달아 죽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족속들이다.” 가장 충격적인.<32단락> “오늘날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는 드물며,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여자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한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지성이나 교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남자들은 여자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하지 않으며, 지성과 교양이 가득 차있는 고등 동물인가 보다.<190단락> "…남자는 두뇌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지만 여자는 감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한다.…" 3. 고답적인 진보주의자 혹은 보수적인 예술가<33단락> 성형과 명품을 비하하며 그것들에 취한 여자들은 몸을 파는 행위도 불사한다고 한다. 내 관점에서 성형은 나쁜 것이 아니다. 명품도 질 좋고 제값을 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된다.물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단어이다. 명품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몸을 판다니,그래,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몸을 사는 사람들은 어떠한가.젊고 향 나는 아름다운 여성을 구매하는 남자들은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골이 빈 것이고, 외모로 판단하는 남자들은 본능인 것인가. 나는 “남자들이 더 문제 있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물론 작가 또한 속물근성이 강한 남자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이 작가의 머릿속에 그려진 일반화된 여성 들에게 화살이 향해 있었다.피해자가 한 명일 수는 있어도 가해자가 한 명일 수는 없다.마치 여성이 혼란의 사회 속 가화(가짜 사랑)가 만발하는 시대를 잉태한 가해자인양 책임을 묻는 듯한 어조에 난 분노가 일었다. 또한 여자는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자 시가 되어야 하는 존재.사랑을 받지 못하고 시가 되지 못하는 여자는 자신의 잘못이며 (외면이든 내면이든) 아름답지 않은 존재.결국 여자는 그렇게 앞서 행동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라는 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여성상인 것 같다고 느껴졌기에 이내 분노가 일던 마음이 동시에 쓰려왔다.<36단락> 에서는 된장남을 비판한다. 별다른 특기나 소질이 없는 남자.열등감이 강한 남자.야동을 수집하는 남자.야동을 보며 자위를 일삼는 남자스타벅스의 커피 한잔으로 뉴요커가 된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 남자.(단락에 있던 악플달기나 무조건적인 타인비방이라는 취미는 나 또한 비판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작가는 왜 위의 남자들을 부정적인 어조로 된장남 이라 칭하는가. 별다른 특기나 소질이 없는 남자는 쓸모 없는 남자이고, 열등감이 강한 남자는 정신병자이며, 야동을 보는 남자는 변태인 것인가?뉴요커든 뭐가 되었든 잠깐이나마 그들이 원하는 대로 착각해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책보다 술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지,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 사회의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콘크리트 냄새나지 않는 산 속에서 과연 뼈 깊숙이 알 수 있을까.<139단락~> " 아무나 시를 쓸 수는 있어도 아무나 시인이 될 수는 없다. …" 작가는 출신불명의 시인들을 비판한다.또한 불량 문예지에서는 전직 교수들이나 빛을 발하지 못한 문인들이 포진되어 있으며 그들은 모두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다.또는 전국민이 시인이라는 칭호를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며 걱정의 어조로 이야기한다.문학 사망설과 문학 흉년, 짝퉁 문인, 사이비 시인을 언급하는 단락이 너무나도 거북하였다. 전국민이 시인이 되면 안 되는 것인가?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이후에, 아니 자유가 보장되어야만 문학 혹은 예술이 발전해 나아가는 것 아닌가?그러기도 이전에 이러한 시는 거짓이고, 잘못된 것이고, 짝퉁이라고 말하는 것은 되레 많은 이들의 표현을 움츠리게 만들 요지가 있다고 본다.안그래도 잘 해야한다, 멋져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안타깝게도 있으며 그러한 강박때문에 학생들은 쉽사리 수업 중에 질문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 그러한 말씀들은… 일절 도움 되지가 않는다. 물론 예술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자들은 예술을 퇴보시키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멀리 보면 굉장히 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146단락> “…세인들에게 인품이 개떡같은 놈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유발시키거나 진정한 시인들마저도 시인 대접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 놈의 착각.인품이 개떡같은 놈이 개과천선해서 시인이 된다면? 그의 작품 또한 개떡같아서 그도 짝퉁 문인인 것인가? 또한 시인 대접이라니.시인 대접이란 게 무엇인지 시인이 아니여서 모르겠다만 굉장히 대단한 것인가 보다. 여러 문제점들은 찝어내려는 작가의 의도는 그 해결을 위한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편견 어린 눈으로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감히 의심해 본다.4.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무한 예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하여 절대적으로 공감을 한다.하지만 소위 말하는 요즘 사람들이 과연 그걸 모를까.모르면서 못하는 것일까.알면서도 안하는 것일까.안한다면 왜 안하는 것일까. 무턱대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사랑을 하라니.하나님이 당신의 독생자를 지구로 보내신 이유는 지구인 모두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라니. 출근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대중교통의 숨막힘 속으로 뛰어 가는 사람들에게산 속의 격외옹의 말은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에 와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현실이 느껴지자 새삼스레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책에는 금과도 같은 여러 단락들이 존재하였다.※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이 갔으며 두고 두고 읽고 싶었던 단락들을 마지막으로 소개하며 긴 글을 마치려 한다.<60~64단락들> "…대한민국은 현실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나라다.…"<176, 179단락> 대한민국의 젊은이 그리고 기성세대<182~183단락> 교육의 중요성<184단락> "…세상의 부조리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며 사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41단락> “… 자신이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먼저 가르치시게. "<86단락> “진정한 사랑은 시한부가 아니다.…"<118단락> 역사(力士)로의 성장<162단락> "인간은 보편적으로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 시급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한평생을 기다려도 보상은 없다.…"<167단락>"현자들은 말한다. 그대가 바로 하늘의 주인이라고.…"
강원도 화천의 깊은 산 속에 묻혀 문학을 노래하고 영혼을 이야기하는 은둔의 작가 이외수가 불현듯 여자를 이야기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는게 바로 여자더라고 말하는 그는 은하계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생명체 인 여성이라는 존재가 가진 힘을 위트와 재치로 풀어낸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 자체를 단절하기보다는 거듭 돌아봄으로써 소통하기를 요구하는 이외수는, 너무나 사소해 기억속에서 잊혀져벼린 야생화를 책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한 정태련과 더불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는, 우리 시대 잃었던 감성을 찾게 하고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 삭막한 사회에 시달려가는 우리들의 영혼을 부드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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